안녕하세요 인사이드앤써 김형진입니다.
최근 한 스타트업에서 자문 요청을 주셔서 다녀왔습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질문이 많으셨어요. 사업을 하다 보면 경영 성과가 흔들릴 때도 있는데, 그렇다 보니 오래 함께한 팀원들이 번아웃이 오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사업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때 좋은 사람들마저 떠나게 된다면 더 큰 혼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이슈였죠.
보통 번아웃은 정신병리학적으로 완전히 소진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사람들을 만나기 싫고, 냉소적으로 변하는 특질들이 있게 되죠. 그래서 사실은 사람들이 슬럼프와 번아웃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가 부침이 좀 있다면 슬럼프라고 봐야 하는데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번아웃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번아웃이 맞든 아니든 상관없이, 조직에게 번아웃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언제나 고민거리가 됩니다. (그래서 그냥 번아웃이라고 명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스타트업 번아웃 유발의 4대 원인
각각의 원인들을 먼저 짚어보고, 뒤이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계가 없는 것 (자율, 성장, 성과)
스타트업은 특성상 경계가 잘 없기 쉽습니다. 오히려 경계 없음에 동기부여가 되는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가기도 하고요. 대기업은 체계와 rule이 있어서 그걸 기반으로 문제를 풀지만, 스타트업은 정형화된 게 없죠.
경계가 없다는 것은 내가 판단할 가짓수가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신경을 쓸 게 많아서, 그것으로 인해서 동기부여를 받던 사람조차도 지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계속 에너지를 쓰는 것은 말 그대로 고갈을 부르기 때문에 지치기 쉬운 것입니다.
성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기업에서는 직급이나 연차에 따른 보상이 있어서 내가 어디까지 가면 된다는 단기 성장 마일스톤이 주어집니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내가 성장하더라도 회사의 성장 속도가 더 빠른 경우가 많아 계속적인 성장을 요구받게 됩니다. 그렇다 보니 계속해서 고3 모드로 살아가야 하는 느낌이라 에너지가 고갈되기 쉽죠.
인정이 부족한 것
1번과 맞닿아있는 이야기이지만, 동기부여에서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인정(Recognition)입니다. 인정은 남이 나를 알아봐준다는 것이기에 내재적인 동기가 아니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눈치도 많이 보는 습성과 맞닿아있죠)
스타트업의 핵심가치들을 보면 Go the extra-mile이나 Aim higher처럼 높은 스탠다드를 지향하는게 많죠. 구성원들은 그것을 향해서 나아가야 하기 때문에 쉽게 인정을 해줄수가 없습니다. 잘한 것에 대해서 당연히 해야할 1인분을 한거다라고 보기도 하고, 또 계속해서 그 스탠다드를 높여나가는 사람이 좋은 인재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인정을 확인하는 큰 방식으로 연봉이나 승진이지만, 이는 자주 있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의 말한마디한마디가 중요한데, 그 총량 자체가 적다보니 번아웃이 또한 야기되기 쉽습니다.
Peer pressure
결국 시스템보다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 스타트업이죠. 때문에 사람 스트레스가 어떤 면에서는 더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재밀도가 높아서 역량과 태도 모두 훌륭한 팀이라고 할지라도 스트레스는 늘 존재하고요.
저 사람에게 누가 되면 안된다는 생각과, 저 사람의 스탠다드에 못미친게 아닐까하는 생각 이런것들이 큰 Peer pressure를 가져다 줍니다. 더군다나 동료피드백 제도가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면 더욱 번아웃을 가중하게 되죠.
체력적인 부분
요즘 스타트업들의 근무시간 사이클을 보면 9-6보다는 10-7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혹은 완전 자율 출퇴근제의 경우 10시반~11시 사이에 출근하는 경우도 많죠. 사람들의 심리상 하루 8시간 정도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늦게 출근한 경우 퇴근해서 집에가면 저녁 9~10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야식도 많이 먹게되고, 또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유튜브 같은 것들을 보고 새벽 1-2시쯤 자게되죠. 이렇게 생활루틴이 많이 망가지기 쉽습니다. 아침형 인간이 햇빛 호르몬 (세로토닌)을 많이 받기 때문에 우울증에 걸릴 확률도 적다고 하는데, 야밤형 사이클은 이런 악영향을 많이 받게되죠.
하지만 사실 체력적인 부분이 번아웃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경우를 많이 보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순수하게 일하는 시간은 더 적을 수도 있죠. 요즘에는 주말이나 새벽까지 일하는 스타트업들이 여러 이유로 많이 없기도 하고요. 그래서 보통은 번아웃이 체력적인 부분에서 온다고 착각하지만 위에 서술한 1~3번 원인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적이지는 않지만, 제 경험상은 그렇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번아웃을 해결할 것인가?
번아웃은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밀접하게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주제입니다.
하지만 높은 성장률을 담보로, 인재들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에게 지속가능성과 인재밀도는 트레이드 오프라는 것을 알아야 하죠.
인재밀도가 높다는 이야기는 경계없이 일해줄 사람이 필요하고, 스스로 동기부여하면서 한계를 짓지 말아야하고, 서로에게 건강한 자극을 주면서 더 나은 안을 찾아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터무니없는 목표를 설정해두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단 우리 조직에서 번아웃이 있는 사람이 없애겠다거나, 리텐션 (재직율)을 무조건 낮추겠다거나, 조직건강 진단에서 지속가능성 점수를 2배를 만들겠다거나 따위의 목표들은 현실 가능하지를 않습니다. 이 목표에 집중하게 되면 어느순간 인재밀도와 조직문화가 이상하게 변질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제가 경험했던 인재밀도를 지키면서도 번아웃을 줄이고,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3가지 옵션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같이 쉬어라
이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입니다. 사람들이 휴가를 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쉬는날에도 슬랙을 쳐다보는건, 빠른 대응과 캐치업을 하지 못할까에서 오는 불안감을 가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조직이 모두 쉬어야 눈치도 덜 보며, 온전한 휴식을 할 수 있습니다. 토스의 얼리프라이데이 제도도 이런 목적과 유사합니다. 모두가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달렸기 때문에 금요일 오후 2시부터는 슬랙을 최대한 하지 말고 일찍 퇴근하자는 것이죠. 일을 하는 건 자유이지만, 남에게 협업 요청을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필요 이상으로 날카로움은 없애기
굳이 성장 목적이 아닌 날카로움 자체에 치중한 피드백이나 톤앤매너는 지양해야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한국인입니다. 이왕이면 보기도 좋은 게 먹기도 좋다 속담처럼 모양새를 잘 하는 것에 민감한 민족이죠.
때로는 프로페셔널해 보여야 한다는 이유로 상대방에게 너무 날카로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날카로움은 필요 이상의 텐션을 만듭니다. 특히 입사한 지 오래되었거나 리더 포지션일수록 이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은 반대로 리더나 오래된 사람이 그 권위를 빌미로 너무 날카로운 경우가 있죠. 물론 이모티콘을 많이 쓰면서 너무 아기 같아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 이상의 압박을 주는 커뮤니케이션을 줄일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 중심의 피드백
너무 성과 중심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한 명 한 명의 매출 임팩트가 큰 게 스타트업인 건 맞지만, 너무 성과 중심의 요구가 있게 된다면 조급해집니다. 가급적이면 평가와 보상 제도를 역량의 성장 중심으로 설계하고 운용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동안의 성장의 폭이 어땠는지, 영향력은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폭을 중심으로 본다면 조금 더 지속가능성을 챙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3가지의 솔루션이 모든 회사에 통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더 디테일한 요소들에 대한 체크가 필요하죠. 만약 조직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자문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편하게 인사이드앤써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